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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증명할 수 없다
앞서 “Theme 1 과학사”에서 살펴보았듯이, 여러 가지 과학적인 결론들은 새로운 정보에 기초하여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톨레미가 하늘에서 행성과 별의 배열에 관하여 지구 중심적 관점으로 설명을 아주 탁월하게 잘 했으나, 톨레미의 설명은 옳지 않았음이 판명되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이 지구의 중심이라 설명하고 행성의 배열에 관해 더 나은 설명을 제시했습니다. 그가 옳았던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부분들에 대하여 오개념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단지 아주 먼 과거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30년, 한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옳다고 생각한 개념들이 새로운 자료에 의해 바뀌거나 폐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과학자들이 내리는 모든 결론은 불확실합니다. 수백년, 수천년 동안 실험에 통하여 쌓아온 결론은 단 한 번의 실험으로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떤 과학적 결론을 반박하는 본보기나 사례를 “반증”이라고 합니다. 이 한 가지 반증을 통하여 어떠한 결론이 잘못되었음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 반증: 어떤 과학적인 결론을 반박하는 본보기나 사례
과학적 방법론
서론을 통하여 과학이 아무 것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과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과학은 “적절한 방법을 채택한다면, 상당한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때, 여기서 말하는 적절한 방법을 “과학적 방법론”이라고 부릅니다.
과학적 방법론은 과학자들이 상황을 분석하고 어떤 현상을 설명하고 어떤 질문에 대답하는 기본적인 틀을 제공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먼저, 관찰을 통하여 충분한 자료를 수집한다.
- 자료에서 나타나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거나,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설을 세운다. ”가설”: 관찰 결과를 설명하거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근거 있는 추측이나 전제
- 가설을 세운 후, 가설을 검증하기 위하여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가설과 일치하지 않는 자료가 많이 발견된다면 가설을 폐기하거나, 수집된 모든 자료들과 일치할 때까지, 가설을 조금씩 수정한다. 또는, 많은 자료가 수집되었을 때 자료들이 가설과 일치한다면, 가설은 하나의 이론으로 정리한다. ”이론”: 의미 있는 상당히 많은 자료들로 검증을 끝낸 가설
- 이론은 많은 자료들로 검증을 한 것이기에 가설보다 더욱 신뢰할 만하다. 이론과 일치하는 자료들이 점점 많이 모일수록 이론은 되풀이되며 검증된다. 수집된 자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모두 그 이론과 일치한다면 과학 법칙으로 격상된다. ”과학 법칙”: 여러 세대의 자료들로 검증을 끝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의 자료들과 일치하는 이론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과학적 방법론은 어떤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어떤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논리적인 방법을 제공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거쳐 끝까지 살아남아 과학 법칙으로 자리 잡으면 그것은 상당히 신뢰할 만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과학 법칙으로 자리 잡을 만큼 충분히 검증을 거치지 않은 과학 이론도 많은 자료들이 그 이론을 뒷받침하기에 꽤 신뢰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여러 과학적인 결론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단 하나의 반증을 통하여서도 얼마든지 과학 법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보았듯 과학사에서도 그러한 일은 아주 많이 일어났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의 실패
지금껏 계속 강조해 온 것은 “과학은 증명할 수 없다.” 와 “과학적 방법론을 통한 결과도 불확실하다”입니다. 이 파트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보겠습니다.
로우웰(Lowell)과 화성
이탈리아 과학자인 스키아파렐리는 1800년대 후반, 망원경을 통해 화성 표면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희미한 줄무늬를 여러 군데에서 발명하였고 관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과학자인 로우웰은 “이 줄무늬가 화성인이 파놓은 운하이다.”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또한 이 운하의 목적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900년대 초반, 로우웰은 스키아파렐리가 관찰한 줄무늬가 인공적인 운하라는 증거로 자신이 관찰한 것들을 제시하였습니다. 줄무늬가 수시로 바뀐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주목하며 그는 “운하를 건설할 만큼 지적인 존재라면 원하는 곳으로 물을 보내기 위해 운하를 열고 닫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줄무늬가 수시로 바뀌는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로우웰은 수시로 바뀌는 초록색 반점에도 주목했습니다. 그것은 때때로 모양이 바뀌며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로우월은 “이 초록색 반점은 초목지대이며, 운하의 물줄기와 화성의 변화하는 계절에 따라 초목이 자랐다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과학계는 로우웰의 연구 결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며, 많은 과학자들이 로우웰의 연구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는 관찰 결과를 쏟아냈습니다. 이 시기의 과학적 방법론을 통하여 로우웰의 가설은 이론으로 받아들여졌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로우웰의 이론에 동의하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이 이론은 거의 과학 법칙으로 받아들여지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더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이 만들어지며 로우웰의 화성 운하에 대한 이론은 힘을 잃어갔습니다. 화성에 있다고 예측한 많은 운하들은 장시간 망원경을 통하여 관찰한 결과에 따른 눈의 피로로 인한 것이며, 로우웰과 다른 과학자들이 쓴 망원경이 해상도가 너무 빈약하여 일어난 광학적 착시 현상이었다고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또한 관찰된 초록색 반점들은 화성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폭풍으로 생겨난 단순 먼지 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무인 화성 착륙선과 우주탐사선이 화성을 방문했는데, 지금까지 화성에서는 어떠한 생명체의 증거도 찾지 못했습니다
.
로우웰과 로우웰의 연구 결과를 신뢰한 사람들 또한 과학적 방법론을 따랐지만, 그들은 옳지 않았습니다. 이는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순히 옛날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현대에서도 이러한 실수는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초전도 현상과 고온 초전도체
네덜란드 과학자 온네스는 1911년 “초전도 현상”에 대해서 발견하였다. 전구에 있는 필라멘트는 전기의 흐름을 방해하기에 이 저항으로 인해 열과 빛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온네스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 어떤 물질들은 전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때, 전기는 전혀 에너지 손실 없이 그 물질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초전도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과학계에서는 온네스의 발견을 확인은 했으나 설명을 할 줄 몰랐습니다.
그 후, 1950년대에 존 바아딘(Bardeen), 리언 쿠퍼(Cooper), 로버트 슈리퍼(Schrieffer) 세 사람은 초전도 현상을 설명할 가설을 세웠고 몇 가지 실험을 통해 확인되어 과학 이론으로 여겨졌습니다. 가설을 제안한 세 명의 과학자의 이름을 따 “BCS 이론”이라 이름 붙여졌습니다.
BCS 이론은 25년간 검증을 거쳐 모든 실험에서 이론이 확인되었고 모든 실험 결과를 예측 가능한 수학 공식들도 포함되었습니다. 이로써 BCS 이론은 과학 법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BCS 이론으로 만들어낸 결과 중 하나는 특정한 온도(약 $-207^{\circ}$) 이상에서는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BCS 이론이 과학 법칙으로 받아졌기에 이 사실도 과학 법칙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 꺼림칙하게 여기는 과학자들이 있었고 주류 과학자들에게 비난을 받으면서도 과학 법칙에 대한 반례를 찾고자 애썼습니다.
그리고 1986년 마침내 “요하네스 게오르그 베드노르츠”와 “칼 알렉산더 뮐러”가 그 반례를 찾아내었습니다. 그 후 초전도 현상이 가능하다고 여겨진 온도 그 이상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사례를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초전도체들은 “고온 초전도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들 또한 과학적 방법론을 따르며 과학 법칙까지 만들어냈지만, 그 과학 법칙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지금 본 것은 단 한 가지 반증으로 인하여 뒤집어진 최근의 과학 법칙이었습니다.
⚠ 주의 사항 (Caution) ⚠
저는 사람들에게 과학에 대해 비관주의적 관점을 심고자 이러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며 그리고 이러한 사례들을 언급하는 것은 이들을 비난하고자 함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들이 틀린 부분도 있었지만, 다른 부분에서 상당히 과학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들을 통하여 이루어진 과학 발전도 엄청났습니다.
과학은 무가치한 노력은 절대 아닙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통하여 주변 세계에 관하여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으며 삶은 조금 더 편리해지고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은 분명히 아주 유용하고 가치있는 노력입니다.
과학의 한계
과학은 놀라운 발견을 이뤄내는 아주 흥미로운 학문 분야이며 삶을 윤택하게 하고 개선하는 가치있는 노력입니다. 그러나 과학은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과학적 방법론을 따르더라도 옳지 않은 결론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과학은 아무 것도 증명할 수 없으며 100% 신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과학을 통하여 연구하며 실질적으로 모든 질문에 대답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아주 가치 있는 일입니다.
과학을 공부하기 전, 우리는 과학을 대하는 태도를 올바르게 잡아야 합니다.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으며 내가 내린 결론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단지, 우리는 그 변화되는 결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하는 것입니다.
신뢰할 만한 결론을 향하여
지금까지 과학의 한계점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과학적 방법론을 통하여 신뢰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제대로 알아보겟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과학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험”과 “관찰”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실험에서 결함을 없애려고 애써야 하며 자료 손실을 피하여 가설이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 나가야합니다. 이 과정이 철저할 수록 결론은 더욱 신뢰할 만해지는 것입니다.
실험과 변수
💡 실험 변수: 실험 과정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실험의 어떤 요소
어떤 실험을 설계하면서, 실험 변수들을 알아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실험 변수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조절해야 최대한 실험에서 결함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로우웰과 화성 예시를 기억해주세요. 로우웰이 화성에서 “운하”를 본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피로해졌기 때문입니다. 즉, 시각적인 피로감은 이 실험의 커다란 실험 변수였습니다. 이로 인해 관찰 과정에서 결과가 뒤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실험 변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과학자가 실험을 통하여 무언가를 배우는 방법은 바로 “다양한 실험 변수들을 바꾸어가며 얻은 실험 결과를 서로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실험 변수는 굉장히 유용합니다. 그러나 실험 변수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는 실험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인식하지 못한 실험 변수는 결함 있는 실험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제대로 인식되고 조절되는 실험 변수들은 어떤 실험에 있어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결국, 어떤 실험 과정을 설계할 때에는 어떤 결론로 도출해내는 여러 가지 종류의 실험 변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온갖 “불필요한” 실험 변수들이 무엇인지를 실험 과정을 통해 잘 분석해야 합니다. 그와 같은 변수들을 발견한다면, 그 변수들을 아예 제거하든지 실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하여 세심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변수는 실험에 미치는 여러 가지 미세한 효과를 놓치게 할 가능성이 높기에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